1. 텍스트 선택 (오가와 요코의 '박사가 사랑한 수식' 중 604단어 발췌)
칠석날, 타이거스는 다이요에 0대 1로 져서 7연패를 기록하고 말았다. 일은 한 달 동안 공백이 있었지만 금방 자리를 잡았다. 뇌손상은 물론 불행한 일이지만, 나쁜 기억이 깨끗하게 사라지는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박사에게 미망인과 옥신각신한 사건의 흔적은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나는 위치가 바뀌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여름용 양복에 메모지를 붙였다. 찢어지거나 글자가 희미해진 메모는 새 메모지에 고쳐 썼다. ‘책상 서랍 밑에서 두 번째 봉투 속’ ‘함수론 제2판 ㅔ.315~ㅔ.372 및 쌍곡선 함수 해설 제4편 제1장 17’ ‘식기 선반 왼쪽 차통에 든 약 매 식후’ ‘세면대 거울 옆 면도날’ ‘루트에게 찐빵 고맙다고 말할 것!’ 때 지난 메모도 있었지만 (루트가 조리 실습 시간에 만든 찐빵을 박사에게 갖다 준 것은 지난달이었다), 내 마음대로 버리지는 않았다. 전부 공평하게 취급했다.
메모를 읽다 보면, 박사가 보기보다 훨씬 용의주도하게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용의주도함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애쓰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래서 괜한 호기심에 멀뚱멀뚱 쳐다보는 일 없이 최대한 신속하게 작업을 처리했다. 메모지를 전부 바꿔 붙이자 여름 양복이 준비를 완료한 것처럼 말쑥하게 보였다.
박사는 이전에 없는 난문과 싸우고 있었다. 발간 이래 최고액의 현상금이 걸려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돈에는 관심이 없고, 순수하게 문제를 푸는 재미에만 빠져 있다. 잡지사에서 우편환을 보내줘봐야 뜯어보지도 않는다. 그런 우편환이 몇 통이나 현관과 전화기 옆과 식탁 위에 놓여 있다. 간혹 우체국에 가서 바꿔올까요 하고 물어도 건성으로만 대답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소개소를 통해 미망인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번 문제는 만만치가 않은 모양이었다. 생각하는 상태의 밀도가 포화 지경에 달한 것처럼 보였다. 한번 서재에 들어가면 전혀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생각을 너무 깊이 해서 몸이 녹아버리는 것은 아닐까 불안할 정도였다. 그런가 하면 정적 속에서 불쑥 종이 위로 미끄러지는 연필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연필심을 깎는 소리에는 안심이 되었다. 그것은 박사가 무사히 살아 있고, 증명이 다소나마 진전되었다는 증거였으니까.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어쩌다 자신이 이렇게 골치 아픈 병에 걸렸는지를 이해하는 것에서 하루가 시작될 텐데, 수학 문제는 어떻게 지속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지 신기하게 느껴질 떄도 있었다. 그러나 박사는 사고를 당한 1975년 이전부터 한 것이라고는 오로지 수학 연구밖에 없다. 그래서 거의 본능적으로 책상 앞에 앉고, 지금 눈앞에 있는 문제에 집중한다. 어제까지 쌓아올린 고찰의 소멸을 보충하는 것은 평범하기 짝이 없는 한 권의 대학 노트와 온몸을 뒤덮은 고치 같은 메모지뿐이었다.
2. 오브젝트 선택 및 분해 - 타카
(1) 사진촬영
(2) 포토샵 필터효과
(3) 오브제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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